[추천도서] 『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』 리뷰 – 경계를 넘어선 상상력과 인간의 심연
작품 정보
김초엽 작가는 2019년 「관내분실」과 「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」로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 대상·가작을 동시에 수상하며 등장했으며, 이 소설집은 2021년 6월 마음산책에서 출간되었습니다. 이번 리뷰는 김초엽 SF 세계의 출발점이자 대표작인 이 단편집을 다룹니다.
줄거리 및 구성
이 책에는 총 8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으며, 각각 과학과 감정, 기술과 윤리, 자아와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.
- ‘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’: 상대 우주선 안팎의 인식에 따라 변하는 현실과 기억, 그리고 공동체 속 관계의 가능성에 대해 사유합니다.
- ‘감정의 물성’, ‘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’ 등 작품들은 첨단 과학 장치와 인간 감각이 교차하는 지점을 섬세히 탐구합니다.
- 김초엽 특유의 알레고리적 기법은, SF라는 상상적 공간 속에서도 감정과 윤리, 소외와 연대 같은 휴먼 드라마를 담아냅니다.
감상 포인트
① 과학적 상상과 감정의 교차
이 단편집의 핵심은 ‘기술적으로 가능한’ 상상에 인간의 내면과 윤리를 섞는 것입니다. 예를 들어, 뇌 통신 장치를 통해 타인의 감정을 읽는 장면은 기술의 이점뿐 아니라, 개인의 정체성과 프라이버시, 타인과의 거리를 문제 삼습니다 .
② 일상 속 SF의 편입
대부분 이야기는 미래가 아닌 가까운 미래나 현재의 연장선에서 펼쳐집니다. 우주선, 신경 네트워크, 시우주 엘리베이터 같은 소재들이 우리 삶 속의 문제와 연결되는 방식이 자연스럽습니다 .
③ 단편이 주는 강렬함과 여운
한 편이 20~60페이지 내외이지만, 각 단편은 충분히 상상과 사유를 열어 놓습니다. 단편 장르는 김초엽에게 맞는 캔버스이며, 짧지만 울림 있는 스토리로 독자의 감각을 건드립니다.
④ 경계를 묻는 사유
정상과 비정상, 인간과 기계, 기억과 존재 사이의 모호한 경계는 이 단편집을 관통하는 화두입니다. 예컨대, “마인드”라는 개념을 통해 우리는 진정 존재하는가, 스스로를 증명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직면합니다 .
추천 이유
- 한국 SF의 새로운 지평: 이 소설집은 기술을 통한 인간 이해 시도로서 한국 SF의 대중화를 이끌었습니다 .
- 감성과 철학의 결합: “환상적인 세계가 1인치만 확장된다”는 평처럼, 작가의 문장은 현실과 공감의 경계를 섬세히 넓혀줍니다.
- 다층적 메시지: 기술과 관계, 정체성과 기억 등 다양한 주제가 겹겹이 쌓이며, 독서 이후에도 사색을 멈추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.
마무리
『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』은 단순한 SF가 아닙니다. 기술이 인간에게 무엇을 가능케 하는가, 그리고 그 순간 우리는 어떤 존재가 되는가에 대한 질문을 세심한 시선으로 건넵니다.
각 단편은 감성적이고 철학적인 경이를 담은 단서로 다가오며, 과학적 상상은 곧 인간적 사유와 감정으로 연결됩니다. SF를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도, 장르 팬에게도, 타인의 마음과 세상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에게도 좋은 안내자가 되어 줄 이야기입니다.